안녕하세요! 지난 포스팅에서 컴퓨터의 '뇌'인 CPUx86, x64 아키텍처, 그리고 IntelAMD라는 두 거인의 흥미로운 경쟁사를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인텔과 AMD라는 숙적마저 협력하게 만든 또 하나의 강력한 CPU 아키텍처, 바로 ARM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 보겠습니다. 더불어 ARM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스냅드래곤라즈베리 파이 이야기도 살짝 곁들여볼게요.


1. ARM은 무엇인가? RISC 기반의 강력함

ARM(Advanced RISC Machines)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ing) 방식의 명령어 집합 아키텍처입니다. 지난번 x86이 CISC(Complex Instruction Set Computing) 방식이라고 말씀드렸죠? 바로 이 지점에서 ARM의 핵심 강점이 시작됩니다.

  • RISC vs. CISC:

    • CISC (x86): 하나의 명령어가 복잡한 여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유연합니다. 하지만 명령어 해석이 복잡하고, 전력 소모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습니다.

    • RISC (ARM): 명령어의 수를 줄이고 각 명령어를 단순하게 만듭니다. 덕분에 명령어 처리가 빠르고 효율적이며, 무엇보다 전력 효율성이 매우 뛰어납니다. 이는 모바일 기기처럼 배터리 수명이 중요한 환경에서 압도적인 강점으로 작용했습니다.

ARM은 직접 CPU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아키텍처 설계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퀄컴(Qualcomm), 삼성(Samsung), 애플(Apple), 미디어텍(MediaTek) 등 수많은 반도체 기업들이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각자의 목적에 맞는 CPU를 만들어내고 있죠.


2. 스냅드래곤(Snapdragon): 퀄컴의 강력한 ARM 기반 SoC

그렇다면 스냅드래곤은 무엇일까요? 스냅드래곤은 퀄컴(Qualcomm) 이라는 회사가 개발하고 판매하는 모바일 시스템 온 칩(SoC: System on Chip) 제품군입니다.

  • SoC란? SoC는 CPU뿐만 아니라 GPU(그래픽 처리 장치), 통신 모뎀, 이미지 처리 장치(ISP), 인공지능 처리 장치(NPU) 등 스마트폰 작동에 필요한 거의 모든 핵심 부품을 하나의 칩에 통합한 형태입니다. 마치 컴퓨터의 메인보드 전체가 하나의 칩 안에 들어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ARM 아키텍처 기반: 스냅드래곤의 핵심인 CPU는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설계됩니다. 퀄컴은 ARM으로부터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받아 자신들만의 커스텀 CPU 코어(예: Kryo)를 만들거나, ARM이 제공하는 표준 코어(예: Cortex-A 시리즈)를 사용하여 스냅드래곤 SoC를 만듭니다.

  • 삼성과 스냅드래곤: 삼성의 Galaxy역시 이 스냅드래곤과 관련이 있습니다. 삼성은 자체적으로 엑시노스(Exynos) 라는 ARM 기반 SoC를 개발하지만, 동시에 플래그십 갤럭시 스마트폰 등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과거에는 지역별로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을 나눠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스냅드래곤 칩의 성능 우위로 인해 많은 모델에 스냅드래곤을 탑재하는 추세입니다. 즉, 스냅드래곤은 삼성의 ARM 칩이 아니라, 삼성이 자사 제품에 사용하는 퀄컴의 ARM 기반 칩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스냅드래곤은 뛰어난 성능, 전력 효율성, 그리고 통신 모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3. ARM, x86을 넘어서 모바일 시장을 장악하다

ARM은 초창기에는 주로 임베디드 시스템이나 휴대용 기기에 사용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ARM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죠.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할 것 없이 모든 스마트폰에는 ARM 기반 프로세서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ARM CPU close-up fantasy style

  • 배터리 효율성: 스마트폰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배터리 수명입니다. ARM의 뛰어난 전력 효율성은 이 요구를 완벽하게 충족시켰습니다.

  • 작은 크기와 저렴한 비용: RISC 아키텍처의 단순성 덕분에 칩의 크기를 줄이고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었습니다.

모바일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ARM은 이제 단순히 모바일 칩을 넘어섰습니다. 웨어러블 기기, 사물 인터넷(IoT) 장치, 스마트 TV,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우리 주변의 수많은 기기에 ARM 기반 칩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4. x86 vs. ARM: PC 및 서버 시장의 새로운 전쟁

모바일 시장을 평정한 ARM은 이제 x86이 오랫동안 군림해왔던 PC와 서버 시장으로 그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애플이 2020년 맥(Mac) 라인업을 인텔 x86 프로세서에서 자체 개발한 Apple Silicon (M 시리즈 칩) 으로 전환하면서 ARM 기반 PC의 성능이 기존의 편견을 깨고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 PC 시장 진출:

    • Apple Silicon: M1, M2, M3와 같은 애플의 ARM 기반 칩은 놀라운 성능과 전력 효율성을 보여주며 PC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팬이 없는 노트북에서도 고성능을 발휘하는 점은 x86 기반 노트북과의 명확한 차별점이었습니다.

    • Windows on ARM: 마이크로소프트도 퀄컴(스냅드래곤 X 엘리트) 등과 협력하여 ARM 기반 윈도우 PC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소프트웨어 호환성 등의 과제가 남아있지만, 잠재력은 충분합니다.

  • 서버 시장 진출:

    • 클라우드 컴퓨팅: 아마존 웹 서비스(AWS)의 Graviton 프로세서와 같이 ARM 기반 서버 칩들이 데이터 센터에서 점점 더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저전력으로 높은 성능을 제공하여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커스터마이징 용이성: ARM의 라이선스 모델은 기업들이 특정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맞춤형 칩을 설계할 수 있게 해줍니다.

x86 진영의 대응: ARM의 추격에 인텔과 AMD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기존 x86 프로세서의 전력 효율성을 개선하고, 성능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5. 작은 거인,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도 ARM 기반!

작고 저렴한 컴퓨터로 유명한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 역시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합니다. 처음에는 교육용으로 개발되었지만, 지금은 IoT, 홈 자동화, 미디어 서버, 소형 로봇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활용되며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 ARM Cortex 코어: 라즈베리 파이의 핵심은 브로드컴(Broadcom)이 생산하는 SoC인데, 이 SoC 안에 ARM의 Cortex-A 시리즈 CPU 코어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 예를 들어, 라즈베리 파이 4ARM Cortex-A72 코어를 사용하고, 최신 라즈베리 파이 5는 더 강력한 ARM Cortex-A76 코어를 사용합니다.
  • ARM 생태계의 확산: 라즈베리 파이의 성공은 ARM 아키텍처가 단순히 스마트폰을 넘어 저렴하면서도 강력한 범용 컴퓨팅 플랫폼으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6. ARM과 x86, 그리고 미래의 CPU 생태계 전망

현재 CPU 시장은 x86ARM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아키텍처가 공존하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흥미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 각자의 강점 유지: x86은 여전히 고성능 컴퓨팅, 게임, 특정 전문 작업 등에서 강력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ARM은 모바일, 임베디드, 그리고 전력 효율성이 중요한 경량 PC 및 서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 소프트웨어 호환성: ARM 기반 시스템이 널리 확산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호환성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로제타 2(Rosetta 2)와 같은 에뮬레이션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네이티브 ARM 앱 개발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많은 PC 게임들이 MacOS에서 돌아가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가 많은 게임개발사들이 게임 유저들이 더 많은 x86 아키텍트기반으로 게임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ARM CPU시장이 더욱 커지려면 이러한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들의 노력과 기여가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죠.

  • 하이브리드 시스템: 미래에는 두 아키텍처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시스템이나, 특정 작업에 최적화된 다양한 아키텍처가 공존하는 더욱 다채로운 컴퓨팅 환경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인텔과 AMD가 ARM의 부상에 맞서 x86 생태계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ARM 역시 그 영역을 더욱 넓혀가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 흥미로운 경쟁이 앞으로 어떤 놀라운 기술 발전을 가져올지 기대가 됩니다.


마치며

오늘은 모바일 시장의 지배자이자 PC, 서버 시장의 강력한 도전자, ARM 아키텍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더불어 ARM 생태계의 주요 플레이어인 스냅드래곤과 작지만 강력한 라즈베리 파이까지 함께 살펴보았네요.

여러분은 ARM 기반 기기들을 사용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여전히 x86 기반 시스템을 선호하시나요? 어떤 아키텍처가 미래 컴퓨팅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댓글로 여러분의 의견을 공유해주세요! 다음 포스팅에서 또 다른 흥미로운 IT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